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0년, 저는 집에서 아이의 온라인 수업을 지켜보며 참 답답했습니다. 학교에 가지 못하는 아이들, 사무실 대신 거실에서 일하는 직장인들. 이 모든 게 일시적인 혼란일 거라 생각했는데, 블룸버그 선정 1위 미래학자 제이슨 생커의 책 '코로나 이후의 세계'를 읽고 나니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이건 단순한 변화가 아니라 우리 삶의 구조가 바뀌는 전환점이었습니다.
일자리와 교육, 정말 온라인으로 다 될까
재택근무가 일시적 대안이 아니라 표준이 될 거라는 전망에 처음엔 고개를 갸우뚱했습니다. 솔직히 저도 회사에서 일할 때 '사무실이 있어야 일이 되지'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실제로 1년 넘게 집에서 일하다 보니 생각이 바뀌더군요. 회의는 화상으로 충분했고, 출퇴근 시간이 사라지니 오히려 업무 집중도가 높아졌습니다.
저자는 의료 분야가 향후 10년간 급성장할 직종이라고 강조합니다. 경기침체에도 강하고, 자동화에서 비교적 자유로우며, 고령화로 수요가 계속 증가한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실제로 제 주변에도 코로나 이후 간호학과나 보건계열로 진로를 바꾼 사람들이 꽤 있습니다. 애국심이나 소명의식보다는 '안정적인 직업'이라는 현실적 판단이 컸다고 하더군요.
교육 분야의 변화는 더 급진적입니다. 온라인 강의가 대학의 '길드 시스템'을 무너뜨릴 거라는 전망인데요. 하버드나 MIT 같은 명문대도 이미 온라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고, 비용은 정규 과정의 극히 일부입니다. 물론 네트워킹이라는 명문대의 핵심 가치는 온라인으로 대체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 경험상, 학부모 입장에서 수천만원 등록금 내고 온라인 수업만 듣는 걸 지켜보면 '이게 맞나' 싶은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습니다.
부동산 시장, 어디로 가고 있나
저자는 부동산 업계에 6가지 변화가 올 거라 예측합니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건 사무실 수요 감소와 주택 선호의 변화입니다. 재택근무가 일상화되면 기업들은 비싼 도심 사무실을 줄일 겁니다. 실제로 제가 아는 IT 기업은 코로나 이후 사무실 면적을 30% 줄이고 그 비용으로 직원 복지를 늘렸다고 합니다.
주택 시장도 흥미롭습니다. 도심 아파트보다 교외의 넓은 단독주택을 선호하게 될 거라는 전망인데요. 가족 모두가 집에서 일하고 공부한다면 공간이 넓은 게 당연히 유리하죠. 저 역시 온라인 수업 듣는 아이와 재택근무하는 배우자가 좁은 공간에서 부딪히는 걸 겪으면서 '교외에 큰 집'이 단순한 선호가 아니라 실질적 필요라는 걸 느꼈습니다.
다만 관광 밀집지역 부동산은 위험하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라스베이거스나 올란도 같은 도시는 팬데믹 이후에도 회복이 더딜 수 있다는 겁니다. 사람들이 붐비는 곳을 기피하게 되면서 관광 수익이 예전 같지 않을 거라는 거죠. 일부에서는 원격근무 확산으로 오히려 관광지 근처 부동산 수요가 늘 거라는 의견도 있지만, 저는 단기적으로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책에서 다룬 농업이나 여행·레저 분야 전망도 흥미로웠습니다. 식량 공급 불안을 겪으면서 사람들이 농업의 중요성을 재인식하게 됐고, 향후 10년간 농업 분야로 인력이 유입될 거라는 분석입니다. 여행업은 반대로 가처분소득 감소와 사회적 거리두기 인식 때문에 회복이 더딜 거라고 보고 있습니다.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코로나가 단순한 보건 위기가 아니라 우리 삶의 구조를 바꾼 분기점이었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일부에서는 이런 변화가 과장됐다고 보는 시각도 있지만, 적어도 재택근무와 온라인 교육의 확산만큼은 되돌리기 어려운 흐름이라고 봅니다. 물론 저자가 43가지 기준으로 블룸버그 1위를 받았다는 걸 계속 강조하는 건 좀 거슬렸고, 자신의 다른 저서를 여러 번 인용하는 것도 선전처럼 느껴졌습니다. 넓고 얕은 지식이라는 평가도 이해는 갑니다. 하지만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전체적으로 조망하고 대비 방향을 잡는 데는 충분히 도움이 됐습니다. 앞으로 어떤 분야에서 일하고, 어디서 살고, 어떻게 교육받을 것인가.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는 출발점으로는 괜찮은 책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