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조현병 극복 수기 (증상, 회복과정, 희망)

by minbear3041 2026. 2. 20.
반응형

나는 자주 죽고 싶었고, 가끔 정말 살고 싶었다 책 표지
나는 자주 죽고 싶었고, 가끔 정말 살고 싶었다 책 표지


정신병원 폐쇄병동에 갇혀 벽지를 뜯어 먹던 사람이 심리학 박사가 될 수 있을까요? 노르웨이 심리학자 알은 이를 레오 뱅의 회고록 <나는 자주 죽고 싶었고, 가끔 정말 살고 싶었다>는 바로 그 불가능해 보이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조현병을 앓았던 저자가 직접 쓴 이 책을 읽으면서, 저는 제가 겪었던 우울의 시간들이 자꾸 떠올랐습니다.

조현병 증상, 현실이 무너지는 경험

조현병 초기 증상은 생각보다 미묘하게 시작됩니다. 저자는 학창시절부터 소리가 이상하게 들리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친구와 산책하며 대화할 때 상대방 목소리보다 자신의 신발이 아스팔트에 닿는 소리가 더 크게 들렸고, 그 소리가 너무 위협적이어서 귀가 아플 정도였다고 합니다.

시각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명암 대비가 지나치게 뚜렷해지면서 길을 걸을 때 주변 건물들이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처럼 거대하게 느껴졌습니다. 보도블록 끝에서 내려다본 아래가 20cm가 아니라 20m 깊이의 구덩이처럼 보여서, 30분간 길을 건너지 못하고 서 있었던 적도 있었습니다. 솔직히 이 대목을 읽으면서 저는 소름이 돋았습니다. 세상이 이렇게 왜곡되어 보인다면 얼마나 무서울까요.

이후 '선장'이라는 환청이 등장합니다. 처음에는 일기를 쓰다가 자신이 쓴 것이 아닌 문장을 발견하면서 시작됐습니다. "누가 이 문장을 썼지?" 그러자 "내가 썼어"라는 대답이 들렸습니다. 처음에는 친절했던 선장은 점차 명령조로 변했고, 저자를 통제하기 시작했습니다.

회복과정, 벽지를 먹던 소녀가 심리학자가 되기까지

병원 폐쇄병동에서의 시간은 공허함 그 자체였습니다. 친구와 통화도 할 수 없었고, 일주일에 한 번 가족과만 통화가 허락됐습니다. 자해에 쓰일 수 있는 모든 것이 금지됐고, 천장의 백열등조차 가질 수 없었습니다. 이 거대한 공허함을 채우기 위해 저자는 화장지, 핀, 매트리스 스펀지, 양말, 심지어 벽지까지 뜯어 먹었습니다.

제 경험상 정신적으로 무너질 때 가장 힘든 건 자신을 설명할 언어를 잃는다는 점입니다. 저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상태가 나쁘다고 말하면 병동 직원들은 "다른 것을 생각해보라", "카드놀이를 하라"고만 했습니다. 직원 부족 때문이기도 했지만, 저자가 진짜 필요한 건 경청과 이해였습니다.

회복의 전환점은 한 치료사를 만나면서였습니다. 그녀는 두꺼운 환자 차트를 보고 "당신이 다시 건강해졌다고 여겨지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말이 저자에게는 안도감을 줬습니다. 아직 시간이 있다는 것,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는 것. 개인적으로 이 부분이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때로는 "괜찮아질 거야"보다 "천천히 가도 돼"라는 말이 더 큰 위로가 되니까요.

저자는 파트타임 일을 시작하고, 약을 끊고, 조금씩 일상을 되찾았습니다. 물론 중간에 다시 병동에 실려 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때가 마지막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마지막'임을 깨닫기까지는 수년이 걸렸습니다. 2017년 오슬로 대학교에서 사회심리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지금은 작가이자 강연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희망, 꿈을 꿀 권리

저자는 말합니다. "희망을 품을 권리를 가져야 한다"고. 현실적인 계획에는 희망이 필요 없지만, 모든 것이 무너졌을 때는 희망이 필요합니다. 발레리나가 되고 노벨상을 타겠다던 꿈은 이루지 못했지만, 심리학자가 되어 만족스럽게 살고 있다고 합니다.

안데르센의 '미운 오리새끼' 이야기도 인상적입니다. 우리는 보통 오리가 백조가 되는 결말만 기억하지만, 원작에는 긴 겨울에 대한 묘사가 여러 장에 걸쳐 나옵니다. 오리는 얼음 속에 갇혔다가 착한 농부에게 구출되지만, 농부의 아이들이 놀려고 하자 무서워서 도망칩니다. 오랫동안 나쁜 일을 겪은 사람은 좋은 것이 있어도 쉽게 알아보지 못합니다.

봄이 와서 백조들을 만났을 때도 오리는 그들이 자신을 죽일 거라 생각하며 다가갑니다. 일종의 자살 시도였습니다. 하지만 백조들은 오리를 받아들였고, 그제야 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며 자신이 백조가 된 걸 깨달았습니다. 저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터널 끝의 빛은 진부한 말이지만, 갑작스러운 변화가 충격이 될 수 있다는 것도 기억해야 합니다."

책을 읽으면서 저는 고시공부와 우울감에 시달리던 제 모습을 떠올렸습니다. 표정이 사라진 제 얼굴을 거울에서 발견했을 때의 충격도 생각났습니다. 다행히 저는 주변에 SOS를 외쳤고, 저를 믿어주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저자처럼 스스로를 포기하지 않았기에 지금의 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은 조현병에 대한 정보 수집 목적으로 읽기 시작했지만, 결국 제게 남은 건 '다독임'이었습니다. 재활 과정에 대한 서술이 많지 않아 약간 아쉬웠지만, 증상에 대한 생생한 묘사와 당사자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충분히 주어졌습니다. 조현병이 아니더라도, 삶이 힘든 모든 분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습니다. 우리는 모두 희망을 꿀 권리가 있으니까요.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bxZ-qChu1gs

반응형

소개 및 문의 · 개인정보처리방침 · 면책조항

© 2026 https://minbear3041.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