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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많은 사람이 슬픔도 많아서 (좋은생각, 정용철, 여백)

by minbear3041 2026. 2.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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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많은 사람이 슬픔도 많아서 책 표지
사랑 많은 사람이 슬픔도 많아서 책 표지


솔직히 저는 '좋은생각' 창간인의 책이라는 기대감에 구입했지만, 막상 첫 장을 넘기기까지 조금 망설였습니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익숙했던 '좋은생각'이라는 이름이 주는 무게감 때문이었을까요. 그런데 읽어보니 예상과는 달랐습니다. 일반적으로 창간인의 책이라고 하면 뭔가 거창하고 무거운 이야기들로 가득할 거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제 경험상 이 책은 오히려 가볍고 따뜻한 일상의 단상들로 채워져 있었습니다.

좋은생각 창간인 정용철 작가의 시선

정용철 작가는 오랜 시간 출판 일을 하며 언어로 세상을 살아가려 했다고 고백합니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언어보다 침묵을, 빠르게 채우는 것보다 여백을 더 자주 생각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저 역시 항상 빈틈없이 채워야 한다는 강박 같은 게 있었는데, 작가의 '여백' 이야기를 읽으면서 제 삶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성공적인 삶이라고 하면 뭔가 꽉 채워진 일정표, 달성한 목표들의 나열을 떠올리기 쉽습니다. 그런데 작가는 책의 한쪽 면을 일부러 비워두듯 삶에도 여백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제가 실제로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건, 빡빡하게 채워진 글보다 적절히 비워진 문장들이 오히려 더 깊은 울림을 준다는 점이었습니다.

특히 '밤'이라는 글에서는 강한 낮보다 부드럽고 약한 밤이 좋다는 취향을 밝히는데, 저도 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 그 대목에서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낮의 활기찬 에너지도 좋지만, 밤의 고요한 느낌이 주는 이완의 시간은 정말 다르거든요. 작가는 밤의 음악처럼 잔잔하고 고요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썼는데, 그 문장을 읽는 순간 제 마음도 함께 조용해지는 기분이었습니다.

'사랑'이라는 주제를 다룬 글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음악을 들으면 그 시간동안은 누군가를 사랑하게 된다는 표현, 2시간 동안 숲을 걸으면 그 시간은 숲을 사랑한 것이라는 이야기가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사랑을 거창한 감정이 아니라 시간을 내어 함께하는 것으로 정의한 점이 새로웠습니다. 실제로 제가 좋아하는 음악을 들을 때마다 이 글이 떠오르곤 합니다.

여백처럼 쉼표를 찍고 싶은 사람을 위한 책

이 책은 이해인 수녀님의 책을 읽었을 때와 비슷한 느낌을 줍니다. 기분을 좋게 하는 힘이 있고, 작가와 연령대가 달라도 공감할 수 있는 주제들이 많습니다. 일반적으로 세대가 다르면 공감대 형성이 어렵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제 경험상 삶의 본질적인 이야기들은 나이를 초월한다는 걸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기다림'이라는 글에서는 기대와 기다림을 구분합니다. 기대는 욕심이고 기다림은 사랑이라는 정의가 정확하게 와닿았습니다. 아이가 원하는 어른이 되기를 바라는 건 기대이고, 아이가 스스로 자라기를 조용히 지켜보는 건 기다림입니다. 저는 이 부분을 읽으면서 제가 타인에게 얼마나 많은 '기대'를 하고 있었는지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미용사와 아내'라는 글도 기억에 남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여러 기준이 무너지고, 한쪽의 정의만이 정답이 아니라는 깨달음을 담은 글인데, 제가 고집하는 것만이 정답이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의 여지를 주었습니다. 연륜에서 우러나온 삶의 지혜가 느껴지는 대목이었습니다.

책 속에는 작가 자신의 솔직한 고백들도 담겨 있습니다. 가난했고, 원하는 학교에 들어가지 못했고, 직장이 자주 바뀌었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처음에는 삶이 자신을 속였다고 생각했지만 나중에 깨달았다고 합니다. 삶이 나를 속인 게 아니라 내가 삶을 속였다는 깨달음, 삶은 늘 더 좋은 것을 주고 싶어 했다는 고백은 제게도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진심'이라는 글에서는 타인의 진심을 몰라준 과거를 후회합니다. 진심을 알아보려면 관심이 필요하고, 관심이 있어야 타인이 들어온다는 메시지가 가슴에 남았습니다. 솔직히 저도 바빠서, 잘난 척하면서 제 중심으로만 살았던 순간들이 떠올랐습니다.

이 책은 밤에 읽으면 좋은 책입니다. 잔잔하고 고요하며, 밤에 켜둔 조명같이 은은한 감동을 줍니다. 애쓰며 산 사람들에게 선물 같은 책이라는 다른 독자의 말에 저도 공감합니다. 짧은 문체로 표현된 단상들은 가독성이 좋으면서도, 오랜 시간 고민한 흔적이 느껴집니다.

제가 특히 좋았던 건 이 책이 보고서체가 아니라 독자에게 말하듯 자연스럽게 쓰였다는 점입니다. 일기처럼 잘 읽히고, 각 글이 짧지만 긴 여운을 남깁니다. 2030 세대인 제게도 깊은 울림을 주었으니, 부모님 세대는 물론이고 다양한 연령층이 공감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일부 글들은 조금 더 구체적인 사례가 있었다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추상적인 표현이 많은 편이라 독자에 따라서는 와닿는 정도가 다를 수 있겠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정리하면, 이 책은 여백 같은 쉼표를 찍고 싶은 사람, 잠시 멈춰서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합니다. 빡빡하게 채워진 일상 속에서 조용히 자신과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을 선물하는 책입니다. 저처럼 밤을 좋아하고, 고요한 시간 속에서 생각을 정리하는 걸 좋아하는 분이라면 더욱 마음에 들 것입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ocH46884rW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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