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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죽음, 삶의 의미, 사랑)

by minbear3041 2026. 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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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책 표지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책 표지


학창시절에 읽었던 책을 다시 펼쳐든다는 건 참 묘한 경험입니다. 저는 20대 초반에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와 정년을 앞둔 지금, 같은 문장을 읽으면서도 전혀 다른 감정을 느꼈습니다. 미치 앨봄의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은 루게릭병(ALS, 근위축성측삭경화증)으로 죽음을 앞둔 모리 슈워츠 교수와 그의 제자 미치가 매주 화요일마다 나눈 대화를 기록한 책입니다. 어떻게 죽어야 할지 배우면 어떻게 살아야 할지도 배울 수 있다는 모리 교수의 말처럼, 이 책은 죽음을 통해 삶을 이야기합니다.

죽음 앞에서 발견한 삶의 진실

모리 교수가 루게릭병 진단을 받은 건 그에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는 선고나 다름없었습니다. 여기서 ALS란 운동신경세포가 점진적으로 파괴되어 근육이 위축되고 결국 호흡근까지 마비되는 신경퇴행성 질환을 의미합니다(출처: 질병관리청 희귀질환 헬프라인). 이 병에 걸린 환자는 대부분 2~5년 내 사망에 이르게 됩니다.

죽음을 앞둔 사람이라면 누구나 슬퍼하고 두려워할 거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모리 교수의 태도에서 전혀 다른 모습을 봤습니다. 그는 매일 아침 어깨 위에 작은 새를 올려놓고 "오늘이 그 날인가? 나는 준비가 되었나?"라고 스스로에게 물었습니다. 불교의 명상 수행에서 차용한 이 방법은 죽음을 회피하지 않고 직시하는 태도였습니다.

실제로 책에서 모리는 미치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죽어가는 것은 그저 슬퍼할 거리에 불과하지만, 불행하게 사는 것과는 또 달라." 그는 자신이 죽어가면서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기에 행복하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건강한 사람들 중에는 진정한 사랑과 관계 없이 외롭게 살아가는 이들이 훨씬 더 불행하다고 봤습니다.

저는 이 대목을 읽으면서 정년퇴직 후 멍하니 보낸 시간들이 떠올랐습니다. 건강하지만 방향을 잃고 살았던 그 시간이, 어쩌면 모리가 말한 '불행하게 사는 것'에 가까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삶의 의미는 관계 속에서 완성된다

모리 교수는 평생 사회학자로 살면서 인간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그가 밤나무집 정신병원에서 환자들을 돌보던 시절, 그는 한 가지 중요한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정신질환을 앓는 환자들이 원하는 것도 결국 보통 사람들이 원하는 것과 같았다는 것입니다. 바로 자신의 존재를 누군가 알아주길 바라는 것, 거부당하거나 무시당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미치에게 가족의 중요성을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가족 말고는 사람들이 꼭 설 바탕이나 안전한 버팀목이 없지. 돈도 명예도, 그리고 일도 그걸 줄 수는 없어." 실제로 2024년 통계청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인이 생각하는 행복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가족관계'가 52.3%로 1위를 차지했습니다(출처: 통계청).

가족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실제로 저도 써보니 이 책이 말하는 가족은 단순히 혈연관계만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모리는 "나를 지켜봐 주는 누군가가 옆에 있다는 사실을 상대방에게 알려주는 것"이 가족의 의미라고 했습니다. 이건 혈연을 넘어선 공동체, 진정으로 서로를 염려하는 관계를 뜻합니다.

모리가 제자 미치와 나눈 대화 주제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세상과 자신: 사회의 거짓된 문화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만의 문화를 만들 것
  • 감정: 두려움과 슬픔을 회피하지 말고 온전히 경험하고 흘려보낼 것
  • 돈: 물질적 부가 결코 행복이나 만족감을 담보하지 못한다는 사실
  • 사랑: 사랑 없이는 우리는 날개가 부러진 새와 같다는 진리
  • 용서: 자신과 타인을 용서하지 못하면 진정으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깨달음

저는 특히 '돈'에 관한 모리의 이야기가 인상 깊었습니다. 정신병원에 입원한 환자들은 대부분 부유한 가정 출신이었지만, 그들은 행복하지 않았습니다. 이는 현대 사회가 추구하는 물질만능주의에 대한 강력한 반박이었습니다.

사랑과 베풂으로 완성되는 인생

모리 교수에게 만약 건강한 24시간이 주어진다면 무엇을 하고 싶냐고 물었을 때, 그의 대답은 놀라울 정도로 평범했습니다. 아침 운동, 맛있는 식사, 친구들과의 대화, 산책, 그리고 춤. 이탈리아 여행이나 대통령과의 만찬 같은 거창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죽음을 앞둔 사람이라면 버킷리스트를 채우려 할 거라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진정으로 중요한 건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는 것이었습니다. 모리는 오랜 시간 누워서 한 발자국도 걷지 못한 끝에, 평범한 하루에서 완벽함을 찾았습니다. 나무를 보고, 새를 구경하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음식을 나누고, 춤을 추는 것. 바로 그것이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었습니다.

모리는 자식을 갖는 것에 대해서도 명확한 의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타인에 대해 완벽한 책임감을 경험하고 싶다면, 그리고 사랑하는 법과 가장 깊이 서로 엮이는 법을 배우고 싶다면 자식을 가져야 해." 이는 단순히 자녀 출산을 권장하는 게 아니라, 타인을 위해 자신을 내어주는 경험의 중요성을 말한 것입니다.

사랑하고 나를 사랑하는 공동체 안에서 나를 내어주고 베푸는 것. 이것이 모리가 죽음 직전까지 강조했던 의미 있는 인생의 핵심입니다. 그는 죽음은 생명을 끝내지만 관계를 끝내는 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세상을 떠난 뒤에도 그를 사랑한 사람들과의 관계는 지속되며, 그들의 기억 속에서 살아갈 수 있다는 뜻입니다.

저는 이 책을 다시 읽으면서 앞으로 제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명분과 감동을 동시에 얻었습니다. 타성과 맹목적 성실함을 벗어나 제 삶의 의미를 자주 들여다봐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습니다. 잘 산다는 게 참 어려운 일이지만, 모리 교수가 보여준 것처럼 사랑하고 사랑받는 관계 속에서 진정한 행복을 찾을 수 있다고 믿습니다.

이 책은 일 년에 한 번씩 읽어야 할 책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더 깊이 와 닿는 문장들이 있고, 삶의 방향을 다시 잡아주는 힘이 있습니다. 앞으로 살아가는 삶을 좀 더 중심 잡고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만드는 값진 책입니다. 힘들 때마다 이 책을 펼쳐 모리 교수의 목소리를 다시 들을 것입니다. 그리고 제 어깨 위의 작은 새에게 물을 것입니다. "오늘, 나는 제대로 살고 있는가?"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3QxkPHHfp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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