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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농장 리뷰 (평등 풍자, 권력 위선, 진보 딜레마)

by minbear3041 2026. 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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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농장 책 표지
동물농장 책 표지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그러나 어떤 동물은 다른 동물보다 더 평등하다." 이 문장을 처음 읽었을 때 어떤 기분이 드셨나요? 저는 웃음이 나오면서도 등골이 서늘해졌습니다.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은 1945년 출간된 정치 풍자 소설이지만, 2025년 지금 읽어도 너무나 현실적입니다. 소련 공산주의를 비판하기 위해 쓰인 이 책은, 제가 대학에서 만난 사람들과 한국 사회 곳곳에서 목격한 위선과 너무 닮아 있었습니다.

평등을 외치지만 특권을 누리는 자들

동물농장의 줄거리는 단순합니다. 매너 농장의 동물들이 인간 농장주 존스를 몰아내고 스스로 농장을 운영하기 시작하죠. 돼지들이 지도자가 되어 '동물주의'를 선포하고 7계명을 세웁니다. 모든 동물은 평등하고, 인간처럼 행동해서는 안 되며, 서로를 억압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돼지들, 특히 나폴레옹은 점점 인간과 닮아갑니다. 우유와 사과를 독차지하고, 침대에서 자고, 술을 마시고, 급기야 두 발로 걷기 시작하죠. 7계명은 하나씩 바뀌어 "어떤 동물도 침대에서 자서는 안 된다"는 "시트를 깐 침대에서 자서는 안 된다"로, "어떤 동물도 술을 마셔서는 안 된다"는 "과도하게 마셔서는 안 된다"로 교묘하게 변합니다.

제가 대학원 시절 목격한 선배 A의 모습이 바로 이랬습니다. 그는 평소 진보를 주장하며 평등을 외쳤지만, 정작 자신보다 '서열이 낮다'고 여기는 후배에게는 노골적으로 무시하는 태도를 보였습니다. "어떻게 OO대학 학부 나온 애가 S대 대학원에 갈 생각을 하냐"는 식의 발언을 서슴지 않았죠. 평등을 주장하면서도 대학 서열화는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전형적인 나폴레옹의 모습이었습니다.

권력의 본질은 어디서나 같다

동물농장에서 가장 섬뜩한 장면은 마지막입니다. 동물들이 창문으로 농가를 들여다보니 돼지들이 인간들과 함께 카드놀이를 하고 있습니다. 누가 돼지고 누가 인간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닮아 있었죠. 혁명을 주도했던 돼지들은 결국 자신들이 몰아냈던 인간 농장주와 똑같은 존재가 되어버린 겁니다.

이 책이 비판하는 건 단순히 소련만이 아닙니다. 권력을 쥔 모든 이들이 빠지기 쉬운 함정을 보여줍니다. 혁명과 개혁을 외치는 세력이 정작 권력을 잡으면 이전 지배층보다 더 가혹해지는 경우를 우리는 역사에서 수없이 봐왔습니다. 문화대혁명, 크메르루주, 그리고 북한까지요.

저는 이 책을 읽으며 제 안의 편견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20대 초반 저는 진보 진영 전체를 불신했습니다. 제 주변의 '진보'를 외치는 사람들이 대부분 선배 A처럼 위선적이었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가진 기득권은 철저히 활용하면서 남의 기득권만 비난하는 모습을 너무 많이 봤죠. 그래서 저는 당당하게 보수를 지지한다고 말하고 다녔습니다. 나폴레옹보다는 차라리 존스 씨가 낫다고 생각했으니까요.

진보의 딜레마, 그리고 우리가 깨어있어야 하는 이유

제 똑똑한 친구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정치적 견해를 표명하는 순간, 그는 더 이상 진보가 될 수 없어. 진정한 진보는 자신이 진보라 주장하지 않는 사람들만 가능해." 맞는 말 같으면서도 씁쓸합니다. 주장하지 않으면 진보는 저절로 오지 않으니까요. 그리고 진보가 기득권이 되지 않으면 사회 변화는 불가능한데, 진보가 기득권이 되는 순간 더 이상 진보가 아니게 되는 딜레마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스노볼(나폴레옹과 권력 투쟁을 벌이다 쫓겨난 돼지)이 권력을 잡았다면 달랐을까요?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권력 자체가 사람을 변하게 만드는 건지, 아니면 권력을 추구하는 사람이 애초에 그런 사람인 건지요.

제 친구가 속상해하며 전화를 걸어왔던 그날, 저는 제 자신이 부끄러웠습니다. 저라면 그 자리에서 아무 말도 못 했을 겁니다. 조용히 속으로만 생각했겠죠. '저 선배랑은 친하게 지내지 말아야지.' 불의를 보고 참지 못하는 제 친구는 후배들 앞에서 선배에게 한 마디 했다가 오히려 창피를 당했지만, 저는 그녀의 그런 순수함이 좋습니다.

동물농장이 던지는 질문은 명확합니다. 우리는 어떤 사회를 원하는가? 그리고 그 사회를 만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저는 이제 진보와 보수로 사람을 나누는 게 의미 없다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건 그 사람이 타인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사회를 바라보는가입니다. 진보를 주장하지만 사람에 대한 존중이 없다면 그는 나폴레옹입니다. 기득권을 탈취하려는 위선자일 뿐이죠.

이 책을 읽고 나서 저는 제 안의 나폴레옹을 경계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평등을 외치면서도 누군가를 무의식적으로 차별하고 있지는 않은지, 제가 비판하는 바로 그 모습을 저도 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게 됩니다. 평등은 구호가 아니라 실천이어야 하고, 우리는 늘 깨어있어야 합니다. 나폴레옹이 되지 않기 위해서, 그리고 나폴레옹을 구별해내기 위해서 말입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0S3Z79FfKT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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