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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를 벗삼는다 (명경지수, 수분, 여민동락)

by minbear3041 2026. 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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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우아 책 표지
오우아 책 표지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과연 저 자신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외로움이 밀려올 때마다 누군가를 찾기보다, 나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느꼈습니다. 박수밀 교수의 '나는 나를 벗삼는다'는 바로 그런 마음을 담은 책입니다. 옛 선인들의 지혜를 통해 현실의 나와 본래의 나가 서로를 위로하며, 외로운 날들을 넉넉하게 이겨내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은 한번 읽고 덮는 책이 아니라, 곁에 두고 틈틈이 꺼내 읽어야 하는 인생의 길잡이 같았습니다.

명경지수, 먼저 내 마음부터 깨끗하게

거울이 맑으면 먼지가 끼지 못한다는 말, 들어보셨나요? 명경지수는 맑은 거울과 고요한 물처럼 깨끗한 마음을 뜻합니다. 장자의 덕충부에 나오는 이야기인데, 형벌을 받아 한쪽 발이 잘린 신도가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는 노나라 대신 자산과 함께 같은 스승을 모시고 있었는데, 자산은 불구자와 함께 다닌다는 말이 듣기 싫어 신도가를 피했습니다.

어느 날 자산이 신도가에게 "자네는 대신인 나와 동등하다고 생각하는가?"라며 깔보자, 신도가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거울이 순전하게 깨끗하면 먼지가 달라붙지 못한다. 선한 사람과 오래도록 함께 있으면 허물이 없어진다." 저는 이 대목을 읽으면서, 남을 변화시키는 힘은 남을 억지로 강요하는 데 있는 게 아니라 나 자신부터 바뀌는 데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남 탓하기 쉽습니다. 저 역시 일이 잘 풀리지 않으면 주변 탓을 먼저 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 원인을 나에게서 먼저 찾는 연습을 하게 되었습니다. 윤동주가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이 없기를" 바랐던 것처럼, 저도 제 마음의 거울을 먼저 깨끗하게 닦아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나 자신을 돌아보고 성찰하는 일은 고통스럽지만, 그 과정을 통해서만 진정한 변화가 시작된다는 걸 배웠습니다.

수분, 내 자리를 알고 멈출 줄 아는 지혜

요즘 사람들은 더 높이, 더 빨리 올라가려고만 합니다. 저 역시 그랬던 것 같습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다 보면 어느새 제 역량을 넘어서는 일을 벌이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이 책에서 '수분'이라는 개념을 만났습니다. 수분은 나의 설 자리가 어디고,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이며, 내가 가야 할 길이 어디인지를 잘 아는 것을 뜻합니다.

톨스토이의 단편 '사람은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한가'에는 소작농 파홈이 나옵니다. 그는 첫 루블만 내면 종일 밟은 땅을 모두 차지할 수 있다는 계약을 맺었습니다. 하지만 욕심에 눈이 멀어 끝없이 앞으로 나아가다가, 결국 해가 지기 직전에 출발점으로 돌아왔을 때 피를 토하며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그가 차지한 건 고작 한 평 남짓한 자신의 무덤뿐이었습니다.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저도 파홈처럼 살고 있었던 건 아닌지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적당한 선에서 멈출 줄 알아야 하는데, 순탄한 곳을 만나면 더 욕심을 내게 되더라고요. 노자는 "족함을 알면 욕되지 않고, 멈춤을 알면 위태롭지 않아 오래 갈 수 있다"고 했습니다. 멈춤을 아는 것이야말로 현자의 지혜라는 걸, 이 책을 통해 배웠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앞으로만 달려가는 게 미덕인 줄 알았는데, 때로는 멈추는 것이 더 큰 용기라는 사실을 깨달았으니까요.

여민동락, 함께 나누는 즐거움

혼자만 잘 먹고 잘 사는 것이 행복일까요? 맹자는 양나라 혜왕에게 물었습니다. "홀로 음악을 즐기는 것과 남들과 함께 음악을 즐기는 것 가운데 어느 것이 더 즐겁습니까?" 혜왕은 당연히 "남과 더불어 즐기는 것이 낫다"고 답했습니다. 맹자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적은 사람과 함께 즐기는 것과 여럿이 함께 즐기는 것 가운데 어느 것이 더 즐겁습니까?"라고 물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여민동락의 정신입니다.

세종대왕은 여민동락의 정신을 몸소 실천한 분입니다. 가뭄이 들어 백성들이 굶주릴 때, 세종은 경회루 동쪽에 작고 허름한 초가를 지어 자신의 집무실로 삼았습니다. 따뜻하고 넓은 곳에서 자는 대신 초가에서 잠을 자며 업무를 봤습니다. 신하들이 왕의 건강을 염려해 몰래 짚 더미를 넣었지만, 세종은 크게 꾸짖으며 자신의 허락 없이는 물건 하나도 들이지 못하게 했습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이 부분이 가장 가슴에 와닿았습니다. 요즘 같은 시대에 이런 리더를 만나기는 쉽지 않으니까요. 좋은 것은 혼자 가지고 싶은 게 인간의 마음이지만, 진정한 리더는 공동체 구성원과 즐거움을 함께 나누고 괴로움을 함께 나눈다는 걸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김시습은 "하루아침의 근심이 아니라 평생의 근심을 근심하리라"고 했습니다. 개인의 근심에서 벗어나 이웃과 사회를 위해 무얼 할지 고민하는 것, 그것이 진정한 여민동락이 아닐까 합니다.

이 책을 덮으면서, 가까이 있는 행복을 다시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먼 곳에 있는 행운만 쫓다가 제 곁에 있는 행복을 놓치고 있었던 건 아닌지 반성하게 되더라고요. 세잎 클로버는 행복을, 네잎 클로버는 행운을 상징하지만, 사람들은 가까이 있는 행복은 놔둔 채 행운만 찾아 헤맵니다. 옛 선인들의 지혜는 어려운 고전 속에만 있는 게 아니라, 바로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이 순간에도 깊이 새길 수 있는 가르침이었습니다. 정독하며 두세 번 읽어도 될 만한 인생 지침서라고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jd8MBxLxot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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