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직히 저는 이 책을 펼치기 전까지만 해도 꽤 설렜습니다. 작사가 김이나의 언어 감각이라면 분명 뭔가 다를 거라고 기대했거든요. 그런데 막상 읽다 보니 예상과는 조금 달랐습니다. 유명 작사가가 쓴 에세이라는 기대치가 높았던 탓일까요, 저는 중간쯤 읽다가 책장을 덮었습니다.
이 책은 총 43편의 글이 세 파트로 나뉘어 있습니다. 관계의 언어, 감정의 언어, 자존감의 언어라는 주제로 작가가 라디오 DJ를 하면서 청취자들과 나눴던 이야기들과 단상들이 담겨 있습니다. 뒷부분에는 아직 발표되지 않은 가사들도 실려 있고요.
기대했던 이유
저는 평소 김이나 작사가의 노랫말을 좋아했습니다. 짧은 가사 안에 감정을 압축해서 담아내는 능력이 탁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그 분이 좀 더 긴 호흡으로 언어에 대해 풀어낸 글이라면 분명 특별할 거라고 기대했습니다.
책 소개를 보니 '언어라는 액자'에 대해 이야기하겠다는 프롤로그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우리가 감정을 표현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정해진 언어를 통해 관성적으로 대화한다는 관점이 신선했거든요. 베스트셀러에 유명인들의 추천도 많아서 망설임 없이 구매했습니다.
실제로 읽어보니
그런데 제 경우엔 앞부분 에세이가 잘 읽히지 않았습니다. 단어 자체가 어려운 건 아닌데, 문장을 읽고 이해하는 데 생각보다 시간이 걸렸습니다. '좋아한다'와 '사랑한다'의 차이를 설명하는 부분, '선을 긋는다'는 표현의 의미를 풀어낸 부분 같은 글들이 있었는데, 솔직히 저에게는 좀 추상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오히려 뒷부분에 실린 라디오레코드 편의 짧은 글들이 더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제 생각엔 작사가로서의 김이나가 에세이스트로서의 김이나보다 더 강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짧은 문장으로 감정의 핵심을 찌를 때가 긴 문장으로 설명할 때보다 더 인상적이었거든요.
최근 이런 류의 감성 에세이를 여러 권 읽어서 제가 조금 시니컬해진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처음 몇 장 넘기다가 더 이상 진도가 나가지 않아 결국 덮었을 때, 아쉬움보다는 '내 취향은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솔직한 아쉬움
나중에 온라인 서점 리뷰를 다시 찾아보니 저와 비슷한 반응을 보인 분들이 꽤 계셨습니다. 초반에는 좋은 평만 있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어렵다", "기대에 못 미쳤다"는 평이 늘어나더군요. 저만 그렇게 느낀 게 아니었구나 싶어 조금 안심이 되기도 했습니다.
책 제본 상태도 아쉬웠습니다. 제가 받은 책은 제본이 약간 불량이어서 중고로 팔 때도 기분이 좀 그랬습니다. 가격 대비 만족도를 생각하면 솔직히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다만 이건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인 취향입니다. 분명 어떤 분들에게는 김이나 작가의 따뜻한 시선과 사려 깊은 문장이 큰 위로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이 책을 통해 위로받았다는 분들의 리뷰도 많이 봤으니까요.
결국 책이라는 게 독자와의 타이밍과 취향이 맞아떨어져야 하는 것 같습니다. 저에게는 지금이 이 책을 읽을 타이밍이 아니었던 거겠죠. 언젠가 다시 펼쳐볼 날이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때는 다른 느낌으로 읽힐 수도 있으니까요.